사법 족쇄 벗은 이재용…기술 경영·M&A로 '초일류 삼성' 속도

입력 2024-02-05 18:18   수정 2024-02-06 01:22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처음 칼을 겨눈 건 2016년 11월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국정농단 사태’가 발단이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총 565일간 ‘영어의 몸’이 됐다. ‘선장’을 잃은 삼성은 특유의 ‘야성’을 잃었고,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했다. 그사이 애플 구글 등 빅테크는 물론 TSMC 엔비디아 등 반도체업체들은 저만치 앞서 나갔고,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은 TV 스마트폰 반도체 등 모든 분야에서 삼성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삼성 사람들이 이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는 이유다.

그래서 경제계에선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은 이 회장의 첫 번째 숙제로 ‘강한 삼성’ 복원을 꼽는다. 바이오, 차세대 이동통신 같은 ‘JY표 신사업’을 한층 더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벌어진 인공지능(AI) 기술 격차도 단시일 내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력 사업 주도권 되찾는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에서 경쟁사와의 격차가 줄거나 1위 자리를 내놓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미래 기술투자를 게을리한 여파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메모리반도체에선 경쟁사에 거의 따라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38.9%, SK하이닉스는 34.3%로 격차는 4.6%포인트다. 2013년 2분기(2.7%포인트) 후 최저 격차다.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애플(점유율 20.1%)에 빼앗겼다.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선 중국 BOE에 지난해 4분기 기준 1위 자리를 내줬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주력 사업의 경쟁력 복원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JY표 신사업 본궤도에 올려야
바이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차세대 이동통신 등 소위 JY표 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도 이 회장의 몫이다. 바이오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와 차세대 이동통신에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파운드리에선 세계 1위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시장점유율은 TSMC 57.9%, 삼성전자 12.4%로 45%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첨단 공정 개발 때마다 불거지는 낮은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 논란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1등이란 구호에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고객을 확보해 내실을 다지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등 이 회장이 공들인 시장에서 5G(5세대) 통신장비 수주 계약이 끊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기타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낮아졌다.
기술 경영 속도 낸다
경제계에선 이 회장이 AI, 로봇 등 미래 기술 주도권 확보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이 그동안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첨단기술 관련 S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해외 출장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기술의 삼성’을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끈끈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2017년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스피커 전문 업체 하만을 약 9조원에 인수한 게 마지막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3년 내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결과를 못 내고 있다. 줄어들고 있는 순현금(2022년 말 104조8900억원→2023년 말 79조6900억원)과 50조원 규모 시설투자액을 감안할 때 당장 초대형 M&A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황정수·최예린/사진=최혁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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